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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활동한 아티스트 콜랙티브 랩삐의 프로젝트 페이지 입니다.
위의 링크를 클릭하면 페이지로 이동하며 4명의 예술가 각자의 선언문과 선언문게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안가영 개인선언문





<< 21세기사이버 신체 해방 선언>>

나는 내가 매일 접속하는 인터넷의 헤테로토피아 속에서 온건한 신체의 해방을 꿈꾼다.
90년대 사이버 페미니스트들이 꿈꾸었던 자유의 지대였던 가상 영토들은 페미니스트들의 유토피아가 아닌 다시 탈취해야 할 영토가 되었다. 전쟁은 진행 중이다. 우리의 얼굴과 신체, 표피, 행동, 소리, 텍스트, 개인 정보, 각종 부분은 SNS에 입장하기 위한 토큰이 되었다. 물질과 가상이 함께 구성된 현실 속에서, 시각성이 지배하고 있는 한 긍정의 기호로 이루어진 안전한 탑은 무너진다. 정제되지 못한 조각들이 난잡하게 흩어진 물렁한 지형을 가로지르면서, 익명의 정념이 되어버린 집단들은 데이터를 긁어모아 오염된 가상 도시를 생성할 것이다. 상업적 맥락이 탈락한 신체들은 자유를 얻지 못하고 오픈소스 사이트에 나열되어 포로가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사이버 스페이스의 저승을 본다. 사이버 구천에 떠돌고 있는 가상의 신체들, 이들은 한때 예술과 기술의 융합 꿈을 지닌 사이보그의 표상들이었다. 이 암울한 전장에  침투하기 위해서 나는 미래에서 온 네크로맨서가 된다. 나는 시각성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페미-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저승에서부터 사이보그 좀비로 되살려낸다. 우리의 목표는 오염된 도시를 우리의 언어와 이미지와 행동으로 다시 오염시키는 것이다.

먼저, 나는 그 신체와 그 신체의 탄생과 신체가 앞으로 사용될 맥락과 행동능력들을 분석한다. 비(非)주체적 신체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이미지, 코드, 부분적 데이터들을 기술이 중첩된 환경의 플랫폼 위에서 절합하여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단련한다. 그리고, 욕망의 대상이자 관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비(非)주체적 플레이어들에게 기존 게임에서 수행되었던 보편적 행동들 외, 여기에 예외적 코드와 방언들을 삽입시킨다. 전장에서 우리의 무기는 헤드샷, 생성과 획득, 처치, 공격, 점령을 위한 총이 아니다. 기술에 의해 탄생하고 기술에 의해 방치되었던 혼종적인 종들이 집단적으로 관계적인 안무를 출 수 있도록, 젠더 편향적인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주술들이다.

명령어는 선언이 되고, 신체는 선언을 수행하는 행위예술가가 된다. 그들의 이름은 파파걸 / 말괄량이 / 이웃집소녀 / 빔보 / 팜므파탈 / 잡년 / 엄마 / 노처녀 / 할망구에서부터 한국패치된 국민여동생 / 된장녀 / 맘충 / 메갈 / 탈코녀까지 다양하다.

신체를 해방하기에 앞서, 단순한 재현의 차원일지라도, 외형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커스터마이징은 섬세한 개인적 서사를 부여하기 위한 보호색 칠하기이자 수행 전 의식이다. 이미지와 뼈. 행동과 명령어가 혼종적으로 뒤섞인 신체들은 수행적 행동역학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지형을 가로지르고 정치적인 맥락을 가질 것이다.

안가영 작성(2019), 선언문은 계속 업데이트 중입니다. 

명령어-수행문

⌘사이보그 신체와 놀기
노트1. 게임 속 캐릭터 또는 아바타, SNS에 업로드되고 확산되는 얼굴과 신체, 미디어가 그려내는 존재의 의미 너머 변형되는 각종 이미지들의 신체들과 함께 놀기. 내가 욕망하는 이미지를 소유하고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열망들이 교차되는 시점에서, 예상된 기술적 오류들과 그 오류들이 우발적으로 양산해내가는 사건들이 진화해나가는 모습들을 관찰하기. 현상들의 규칙을 독해하고 디지털 게임으로 번역하기.



⌘ 시각성 탈취하기
노트2. 익명성의 캐릭터성을 재설정하기. 최근 교도소에서 SNS 상의 일반 여성 사진들이 거래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나의 얼굴과 나의 신체는 누군가에게 성적 도파민지수를 높이게 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라인 상 이미지로서 익명의 누군가로 포장되어 소비되는 수많은 여성적 표면들은 누구든 폭력적인 시선들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들다. 여성들은 디지털 판옵티콘 속 NPC일 뿐인가?

2016년 게임의 선정성 논란으로 삭제된 불운의 캐릭터 ‘미야Miya’를 기억하는가. 그녀는 뛰어난 미모로 인해 전장의 아이돌이라는 설정값을 가지지만, 전투능력 보다는 섹시한 외형으로 주목받았다. 나는 게임의 서비스 종료와 함께 잊혀진 그녀의 행방이 궁금했다. 나는 구글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그녀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 이미지의 소비자들은 무덤에서 시체를 꺼내오듯, 소스코드 해킹, 이미지 복원, SFM과 같은 3D캐릭터 애니메이션 연출 등 기술을 경유하여 음지의 포르노 스타로 재탄생시켜 몇 번이고 그녀를 강간했다.

나는 디지털 신체 이미지와 여성혐오에 대한 극단적인 두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익명 이미지, 보호받지 못할 이미지를 일방향적 시각성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대안들을 고민한다.



⌘ 혼종적 안무로 교란하기
노트3. 과거 페미니스트 실천으로부터, 나는 시각성을 탈취하고자 했던 시도들을 통해 통찰력을 얻는다. 게릴라걸스의 책 <그런여자는없다>를 읽으면서 현재에도 계승할만한 두 방법론들을 찾았다. ‘바비인형해방' 프로젝트 그리고 ‘슬럿워크' 행진이다. 두 전술들은 이미지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말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운좋게, 우리는 특별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았다. 당신은 우리를 도울 수 있다! 우리에게 새로운 목소리를 줄 수 있다! 우리를 해방시켜라!”

DIY실천과 관련된 바비인형해방 프로젝트는 인형 내부에 사운드 하드웨어를 삽입하고 외형을 커스터마이징 함으로써 그녀들에게 잡년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 실천들은 물질계 뿐만아니라 가상계의 소프트웨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SNS는 슬럿워크 운동에서 두 가지 공을 세웠다. 폭넓은 계층을 운동에 끌여들이기, 여성 혐오 일색이던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모두가 헤픈 여자가 되어 버리면, 누가 감히 헤픈 여자를 욕할 수 있겠는가?”(옮긴이 우효정의 해석)

그리고, 온라인이라는 현실의 플랫폼 위에서 당당히 행진한다. 고정관념에 의해 외형과 행동이 결합되지 않는 아이러니 속에서, 혼종적 신체를 통한 자기반영적 안무를 통하여 질서를 교란하자.  


⌘ 바이러스 설파하기
노트4.나는 2019년에 일반인 대상으로 <어른들을 위한 인터랙티브동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강의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게임 메이킹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학습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성별은 모두 여성이었고, 나는 좀 더 편안하게 페미니스트적 담론을 펼치며 게임 제작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8명의 수업 생존자들의 작품에는 여성의 서사가 강하게 반영되었다. 비록, 기술적으로 단순한 코드들과 행동들로 이루어진 게임이지만, 이들이 삶의 경험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들을 던진다는 데 있어 꽤 고무적인 워크숍이었다. 이 게임들을 html 소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보여질 것이다.



⌘ 반려종의 세계 조립하기
노트5. 랩삐는 공동의 선언문을 만들기 위해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오스칼, 가가, 서펜타인, 귀곡성. 랩삐의 선언문 보드게임에 등장하는 잡년 캐릭터들은 개인 선언문에서 추출한 단어들의 이미지로 연상되는 캐릭터들이다. 사변 소설과 순정 만화, 이론으로부터 추출한 후 조립한 이 들은 랩삐 개인 멤버들의 성격과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의 반려종으로서 합리성의 구멍을 우발적 행운으로 메꾸어가며 선언을 함께 구축해나간다.

“기억하세요. 나는 내가 존경하는 영웅들의 ‘여성적' 버전이나, 희석된 버전, 특별한 버전, 보충적 버전, 보조적 버전, 혹은 각색된 버전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아요. 나는 영웅 자체가 되고 싶어요.” (조안나 러스, 1975:206)



[게임의 규칙]
1. 캐릭터를 고른다(오스칼, 가가, 서펜타인, 귀곡성)
2. 캐릭터 별 단어카드 25개를 나누어 가진다.
3. 각각 2개의 단어를 테이블에 제출한다.
4. 처음 턴을 시작하는 사람이 해당 단어를 조합하여 선언문들 만든다.
5. 한명씩 돌아가며 주사위를 던지고, 3턴동안 선언문을 완성해간다.

[주사위] (행동의 코드들은 VNS MATRIX의 21세기 사이버 페미니즘 선언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방언으로 말하기: 나의 카드를 추가 배치한다. 또는 빈카드에 새로운 단어를 써서 배치할 수 있다.
2.침투하기: 테이블에 놓은 단어의 순서를 원하는 만큼 바꾼다.
3.방해하기: 상대방의 단어를 하나 뺀다.
4.전파하기: 나의 단어카드를 하나씩 상대에게 나눠준다.
5.담론 타락시키기: 테이블에 놓은 단어 중 하나를 고른 후, 인터넷 검색하여 해당 단어와 연관된 첫번째 단어를 추출하여 가져온다.
6.만능: 자신의 카드를 추가배치 한 후, 1-5 중 원하는 행동 무엇이든 할 수 있다.